전시의 제목 ʻLarge parties are so intimate’은 로렌정 작가의 작업에 중요한 레퍼런스가 된 영화 <위대한 개츠비(The Great Gatsby)>에서 가져왔습니다. 여주인공 데이지의 친구 조던 베이커는 화려한 파티를 두고 이렇게 말합니다. “I like large parties. They’re so intimate. At small parties there isn’t any privacy. (나는 대규모 파티가 좋아요. 파티에서 사람들은 아주 친밀하죠. 작은 파티에는 사생활이 없어요.)” 이 대사는 사실 반어법에 가깝습니다. 가식과 허영으로 가득찬 개츠비의 대규모 파티에서 사람들은 서로 진정한 소통을 하지 못하고 수많은 인파 속에서 익명의 상태가 되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작은 파티에서 사람들은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서로를 관찰하고 평가하는 강제적 친밀함의 상황에 놓입니다.

이 미묘한 역설은 일회적인 관계 이면의 허무와 서로가 서로에게 타인일 수밖에 없는 슬픔을 상기시킵니다. 그리고 이 역설은 작가에게 가장 중요한 주제 중 하나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여러 나라에서 거주하며 다양한 문화를 경험했던 작가는 헐리우드 영화나 패션 잡지 속의 화려한 이미지를 선망하며 자랐습니다. 초현실적이고 아름다운 오브제와 색감, 텍스트로 이루어진 그녀의 유토피아 역시 언제나 밝고 행복한 세계를 향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이방인으로서 작가가 마주해야 했던 소외감과 행복을 선망할수록 허무해질 수밖에 없는 세상의 이치에 대한 사유가 담겨 있습니다.

행복과 불행은 한 몸이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작가가 그리는 삶의 순간들이 아름다운 것일지도 모릅니다. 로렌정 작가의 신작을 포함한 다수의 회화작품과 카비네트의 리미티드 에디션을 만날 수 있는 이번 프로젝트에서 우리 모두가 경험하는 삶의 양가적 감정들을 작가의 독특한 화법을 통해 조우해 보시기 바랍니다.